우리 몸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비타민 등의 유기화합물뿐 아니라 무기질(minerals)이라는 단일 원소 영양소에 의해서도 건강을 유지한다. 무기질은 에너지를 직접 제공하진 않지만, 인체 구조 형성 및 다양한 생리 작용 조절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그중에서도 칼슘은 체내 무기질 중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며,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근육 수축, 신경 전달, 혈액 응고 등 핵심적인 생명 유지 기능에 관여한다. 하지만 칼슘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며, 결핍이나 과잉 모두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은 칼슘을 시작으로 여러 무기질 영양소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무기질 챕터의 첫 번째 편으로, 각 무기질의 생리적 기능, 섭취 기준, 급원 식품, 그리고 결핍 및 과잉 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정리할 예정이다.
1. 칼슘의 체내 분포
칼슘은 전체 칼슘의 약 99%가 뼈와 치아의 경조직에 존재하며, 나머지 1%는 혈액과 체액에 분포하여 생리 작용을 조절한다. 칼슘이 뼈에만 존재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소량의 칼슘이야말로 근육 운동, 신경 전달, 혈액 응고 같은 중요한 기능에 관여한다. 칼슘은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의 형태로 인과 결합되어 골격 내에서 강도를 유지하며, 성인은 나이가 들수록 골량이 서서히 감소하므로 꾸준한 섭취가 필요하다.
2. 칼슘의 흡수와 대사
칼슘은 주로 소장에서 흡수되며, 흡수율은 섭취 조건과 체내 상태에 따라 10~30%로 차이가 크다. 흡수는 능동수송과 수동확산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 흡수를 촉진하는 요인
- 성장기, 임신기, 수유기 등 칼슘 필요량 증가 시
- 비타민 D의 활성화
- 유당, 젖산, 비타민 C 섭취
- 식사 내 적절한 칼슘:인 비율(1:1~2)
- 흡수를 방해하는 요인
- 피틴산, 수산 등과의 결합(곡류, 시금치 등)
- 과다한 식이섬유, 지방, 카페인, 알코올
- 흡연과 노화
특히 한국인은 인 섭취가 많아 칼슘 흡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식단 구성 시 칼슘-인의 균형을 유의해야 한다.
3. 칼슘의 항상성과 호르몬 조절
혈중 칼슘 농도는 9~11 mg/dL로 매우 정밀하게 조절되며, 세 가지 주요 호르몬이 이를 조절한다.
- 부갑상선호르몬(PTH): 혈중 칼슘이 낮아질 때 골격에서 칼슘 방출, 신장 재흡수 촉진
- 비타민 D(활성형): 장에서의 칼슘 흡수 증가
- 칼시토닌: 칼슘이 과잉일 때 골격 내 저장을 촉진
이러한 항상성 기전은 체내 칼슘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4. 칼슘의 주요 기능
- 골격과 치아 형성
골격은 치밀골과 해면골로 구성되며, 칼슘은 이들 구조의 석회화를 통해 강도와 기능을 유지한다. 치아 역시 수산화인회석 구조로 되어 있으며, 유년기 칼슘 결핍 시 충치와 약한 치아 형성 위험이 높아진다. - 근육 수축과 이완
근육은 수축 시 칼슘 이온이 액틴-미오신 단백질 간 결합을 유도하여 움직임을 만든다. 다시 칼슘이 저장고로 돌아가면 근육은 이완된다. - 신경 자극 전달
신경말단에서 칼슘은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돕고, 자극이 근육이나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되는 데 관여한다. - 혈액 응고
출혈 시 칼슘은 트롬보플라스틴, 트롬빈, 피브리노겐 등의 응고인자 작용에 필수적으로 참여한다.
5. 칼슘 섭취 기준 및 한국인 섭취 실태
2020년 개정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칼슘 권장섭취량은 19~64세 기준 800mg, 성인 여성은 700mg이다. 상한섭취량은 2,500mg으로 설정되어 있다. 고령자의 경우, 뼈 손실이 가속화되는 65세 이상 남녀는 모두 800mg으로 동일하다. 임신부나 수유부에 대해서는 생리적 요구량 증가를 고려해 추가 권장 섭취량 없이, 기존 권장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2021)에 따르면 여전히 대다수 연령대에서 권장섭취량 대비 실제 섭취량은 평균 60~70% 수준에 그친다. 특히 청소년기(12~18세), 노년층(65세 이상 여성)은 칼슘 섭취 부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고위험군이다. 이는 골격 형성기와 골소실 가속화 시기에 맞춰 충분한 칼슘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6. 칼슘의 급원 식품
주요 급원으로는 다음과 같은 식품들이 있다.
- 흡수율 높은 식품: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
- 중간 수준: 멸치, 미꾸라지, 두부, 해조류
- 흡수율 낮은 식품: 시금치, 곡류, 견과류 (수산, 피틴산 포함)
특히 우유와 유제품은 고칼슘 함유뿐 아니라 흡수율도 높아 권장된다.
7. 칼슘과 관련된 건강 문제
- 결핍 시:
- 골연화증: 성인의 비타민 D, 칼슘 부족으로 뼈가 약해짐
- 골다공증: 칼슘 부족 및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감소로 인한 골격 구조 손실
- 근육 경련 및 신경 과민: 칼슘 부족으로 신경 자극 전달 이상 발생
- 과잉 시:
- 고칼슘혈증: 구토, 소화기 출혈, 고혈압
- 신석증: 신장 내 결석 형성
- 우유-알칼리 증후군: 비타민 D 과잉, 칼슘/인 불균형 시 유발
칼슘은 단순한 뼈 건강을 넘어 인체 생명 유지에 핵심적인 무기질이다. 특히 성장기 아동, 임산부, 노년층, 폐경기 여성은 섭취와 흡수율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식단을 통해 적절한 양의 칼슘을 섭취하고, 흡수를 돕는 비타민 D의 활용, 생활습관 조절을 병행함으로써 골다공증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칼슘은 ‘얼마나 먹는가’보다 ‘얼마나 흡수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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